糧書糧言

[스크랩] 황진이와 서화담의 대화

position 2005. 7. 13. 20:22

 

 

박연폭포, 서화담과 더불어.. 스스로 '송도삼절'이라 불렀던 송도 기생 '황진이'.


자타가 공인하는 당대 최고의 기생 '황진이'에게 넘어가지 않았던 유일한 남자..

 

 '서화담' 두 佳人(가인)의 대화가.. 선결에서 노니는 한 쌍의 봉황을 연상시킨다.






    황진이

    "제게 몸은 길과 같은것이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길을 걸으면서 뒷길을 버리고 온 것처럼
    저는 한 걸음 한 걸음 제 몸을 버리고 여기 이르렀습니다.

    사내들이 제 몸을 지나서 제 길로 갔듯이
    저 역시 제 몸을 지나서 저의 길로 끊임없이 걸어왔습니다
    길이 그렇듯 , 어느 누가 몸을 목적으로 삼으며
    누가 몸을 소유할 수 있고, 어찌 몸에 담을 치겠습니까?

    길이 그렇듯 몸 역시 우리 것이 아니지요.
    단지 우리가 돌아가는 방법이지요."


    서화담

    "그렇구나, 그렇고 말고 ,
    네가 이렇듯, 쪽물같이 더 푸르게 살아 있는 줄 모르고,
    유랑중에 쓰러져 죽었다는 소문이 송도에 파다하다.     

    죽음이란 두 가지지, 목숨을 잃는 것과 삶을 잃는 것.
    삶을 잃고도 살아 있는 유령들이 이 나라에 가득하다.
    네가 쉽사리 죽지 않은 것은, 네가 가진 길의 힘일 것이다.
    너는 밀고 또 밀려 늘 새로운 몸으로 새로운 길을 밟지 않느냐,

    네 몸이 그리 정직하고 깊으니 ,네 삶의 길도 멀리 멀리 펼쳐져          너를 부를 것이다."

 
가져온 곳: [하늘의 오두막집]  글쓴이: 박형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