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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언론 반응 "측량선 2척 띄워 전리품 챙겼다”

position 2006. 4. 24. 15:14

일본언론 반응 "측량선 2척 띄워 전리품 챙겼다”


 

‘일본의 판정승.’

 
한일 양국이 26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을 벌인 독도 문제 협상 결과에 대해 일본 언론은 한국이 ‘일본의 독도 탐사 중지’라는 명분을 얻었지만, 일본은 ‘한국식 지명 제안 철회’라는 열매(실리)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해상보안청 소속의 측량선 2척을 띄워 문제를 제기하고 외교관이 수습에 나서 ‘전리품’을 챙긴 이번 사례는 일본 외교의 한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서울에서 담판을 성사시키고 온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외무성 사무차관은 지쳐보였지만 표정이 밝았다고 언론은 전했다. 야치 차관은 한국과의 협상이 결렬될 즈음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으로부터 “(해저지명 국제 공인 저지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며 “합의에 이것이 들어가지 않으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돌아와도 좋다”는 지시를 받았다. 이는 한국이 가장 고집하는 한국식 지명의 국제 공인만 저지한다면 협상은 성공이라고 계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일 차관 협상이 결렬되고 측량선이 독도 주변 해역에서 탐사를 강행하다 한국 경비정에 나포되더라도 잃을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측량선이 나포될 경우 즉시 오는 6월 국제수로기구 회의에서 이를 문제화하는 한편 차분히 국제법 위반을 들먹이면서 한국을 독도 관련 협상 테이블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독도 문제에 관한 한 어떠한 타협도 없다”는 한국 정부를 이번에 처음 협상 테이블로 유도했으며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의 반향을 일으키고 무관심한 국민을 일깨웠다는 점이다.

일본의 이런 평가는 독도 문제는 언제든 정치적으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카드’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언론은 “침략전쟁으로 확보한 점령지에서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한국 정부의 발언이 TV로 생중계되면서 일본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촉매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아사히 신문은 “(한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으로 인해 국가 지도자가 선두에 서서 민족 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산케이 신문도 일본의 주장을 합의문에 명기하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했다. 일본은 앞으로 독도 문제를 지속적으로 추적, ‘불씨’를 살려가면서 한국과의 격론에 대비한 논리를 차근차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정승욱 특파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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