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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기업의 기업문화 만들기

position 2005. 10. 19. 10:57

성공기업의 기업문화 만들기

신재준, 고지석 지음

새로운제안 / 2005년 7월 / 252쪽 / 12,000원

 

저자   신재준, 고지석

신재준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 및 석사학위를, University of Cambridge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KT 홍보실 및 비전경영실 기업문화부 등을 거쳐, 현재 경영전략실 비전경영팀 부장으로 있으며, 기업문화, 사업다각화, 브랜드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저서로 기업문화가 회사를 말한다가 있다.

 

고지석은 뉴욕주립대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Baruch College에서 MBA를 취득했다. KT에 입사하여 마케팅전략팀, 인사팀을 거쳐, 비전경영실 전략경영팀에 2년간 기업문화 업무를 담당했으며, 이후 경영전략실 사업전략팀에서 근무했고, 현재 경영전략실 컨텐츠전략팀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Short Summary

경영 현장에서 혁신이나 개선을 위한 시도들이 처음 기대와 달리 실패로 끝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그 원인 중 하나는 기업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이나 특징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가 훌륭한 문화를 구축해 놓았다면, 이러한 문화는 물질적 자원을 투입해서 얻을 수 있는 성과 이상을 거두는 밑거름이 된다.

 

기업문화는 오랜 세월의 노력을 통해 구축된 그 회사만의 독특한 무형자산으로, 회사에 속한 지적재산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날 기업문화는 조직개발이나 인사관련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마케팅은 물론 고객관리, 사업전략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면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나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 모두에게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책에는 필자들이 경영현장에서 느낀 경험, 치열한 토론, 뛰어난 전문가들의 사상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거기에다가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탈바꿈하는 KT에서, 혁신이라는 과제를 담당하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기업문화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이 언급되어 있다.

 

차례

Part 1  기업문화가 핵심이다

Part 2  좋은 비전 만들기

Part 3  망하는 회사의 기업문화

Part 4  일하고 싶은 기업문화 만들기

Part 5  기업문화와 인사관리

Part 6  기업문화를 바라보는 시각

Part 7  기업문화의 현장이론

Part 8  KT 기업문화 개선활동

 

 

 

Part 1  기업문화가 핵심이다

 

기업문화 바로보기 / 기업문화가 경쟁력이다

기업문화란 기업의 모든 구성원이 인정하고 공유하는 그 기업의 가치관 및 목표체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문화는 일시적 풍조가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이들이 조직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야 하며, 나아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최근 지식경영의 도래로 기업 내에서 기업문화가 차지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는 사람과 기계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기계는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해도 그 비율이 조금 높아질 뿐이나, 사람은 100을 투입해 0이 나올 수도 있고, 1을 투입해 100이 나올 수도 있다.

 

포스트잇은 미국 3M사의 한 직원이 아주 우연한 기회에 생각해내어 초히트상품이 되었는데, 탄생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창의력을 존중하는 3M의 문화가 있었다. 창의력을 발휘해 일할 수 있고, 아침에 눈을 뜨면 회사에 출근하고 싶고, 여러 의견이 열정적으로 부딪치다가도 일단 일이 추진되면 한 방향으로 힘이 모아지는 회사, 이런 회사에서는 분명 1을 투입하면 100 이상이 만들어질 것이다.

 

기업문화는 오랜 세월의 노력을 통해 구축된 그 회사만의 독특한 무형자산으로, 회사에 속한 지적재산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회사가 흉내낼 수는 있을지언정 쉽게 베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창의성을 강조하는 3M은 근무시간의 15%를 창의적 아이디어 개발에 투자토록 하는데, 3M의 정책은 얼마든지 베끼거나 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 뒤에 흐르는 정신만은 베끼기 어렵다. 창의적 아이디어 개발에는 15%의 원칙이 아닌, 실패를 인정하는 정신이 깔려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기업문화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그러면서도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문화라고도 할 수 있다. 즉 한쪽으로 치우친 강한 가치보다는 조직 내의 다양한 가치를 하나로 모아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극단적인 위계문화는 직원들을 숨 막히게 할 수 있지만, 극단적 수평문화도 일탈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기업문화는, 극단을 지향해서는 안 되며, 이처럼 양립하기 어려운 듯이 보이는 문제까지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문화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네덜란드 출신 경영학자인 트롬페나르(Trompenaars, F.)는 기업 문화를 3개 층으로 이루어진 양파에 비유했다. 양파의 가장 바깥쪽에는 조직에서 운영하는 제도와 같이 바로 눈에 띄는 것(explicit products)이 있는데, 다른 회사 사람이나 신입사원이 가장 먼저 접하고 느끼게 되는 그 회사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 안쪽에는 기업의 가치와 규범(norms and values), 비전 따위가 있다. 마지막으로 양파의 가장 안쪽에는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기업에 면면히 흐르는 기본적 생각(basic and implicit assumption)이 자리 잡고 있다. 즉, 기업문화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구성원이 인정하고 공유하는 기업의 가치관이자 이를 달성하기 위한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기업의 가장 큰 목적은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변신을 거듭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이 변화하려면 제도나 시스템이 변화해야 하고, 제도나 시스템이 바뀌려면 기업의 생각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Part 2  좋은 비전 만들기

 

비전은 직원들의 꿈과 희망

비전은 미래를 향한 꿈이다.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이 갖고 있는 기술, 재능, 자원을 활용하여 미래로 도약하게 하는 생명이다. 과학자들이 연구실에서 며칠씩 밤을 새우며 연구하는 것도 신제품이나 새로운 물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자기와 비슷한 비전과 생각을 가진 사람을 사원으로 선발했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아무런 지침 없이 일주일에 60시간 이상씩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일까? 바로 미래에 대한 비전이 보이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비전 / 기업의 출발점, 비전

회사의 비전은 회사가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로 가는지 직원들에게 알려주고 이들이 동참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비전은 스스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그 이상의 것에 도전하게끔 미래 희망을 제시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방향타가 되어야 한다.

 

많은 회사가 직원에게 회사의 경영 방침을 알리고, 이들의 힘을 한 방향으로 모으기 위해 비전 -우리 회사 비전은 인재 제일이다, 변화와 도전이다, 고객제일주의이다 등- 을 만들고 선포한다. 그러나 액자 속에 잠자고 있는 박제된 비전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어떤 회사는 사람을 최고의 가치라고 말하면서 회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조조정을 한다. 어떤 회사는 변화와 도전을 강조하면서 단기실적이나 비용절감에만 정신이 팔려, 최선을 다한 실패에 대해 책임만 묻는다. 이러한 회사의 비전이야말로 사무실 한편에 걸린 액자 속에 박제된 죽은 비전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최근 KT에서는 조직 내에서 사원들의 사기를 높이거나 떨어뜨리는 것이 무엇인지 온라인 설문을 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업무와 관련하여 동료의 도움을 받을 때 기분이 가장 좋고, 동료로부터 도움을 거절당했을 때 그 반대의 감정이 든다고 했다. 참고로 KT의 기업문화 가치는 창의, 자율, 도전, 사랑이다. 즉 개인의 창의력을 존중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강조하지만, 이러한 가치는 동료애, 즉 사랑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전은 구성원 모두가 같은 뜻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비전은 3분 이내에 설명할 수 있도록 간결, 명확, 구체적이어야 한다. 3M의 CEO였던 맥나이트(William L. McKnight)에게 회사의 비전을 물어보았다. 대답은 아주 간단명료했다. 3M의 비전은 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입니다. 그러면 혁신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도전정신이지요. 아무 일도 안 하는 것보다, 무엇이든 벌여 실패하는 게 낫다는 뜻입니다. 아울러 비전은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도 안 되고, 너무 현실적이어서도 안 된다. 현실과 미래, 이상 사이에서 적당하게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구성원들에게 의욕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한편 3M은 혁신으로 대표되는 기업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성과에 대해 철저하게 보상했다. 보상이 반드시 금전적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보상이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으려면, 이들의 감성을 자극할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감성을 자극하려면, 구성원들이 노력 끝에 이룩한 성과와 회사로부터 주어지는 보상 간에 균형이 맞는다고 느껴야 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을 납득시키지 못하면서 업무를 명령한다면 부하직원은 분명 자기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불만을 갖게 된다. 따라서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더라도 미래의 꿈을 꾸는 모두에게 비전은 필요하다. 고객에게 어떻게 서비스하고,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방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전이란 첨단기술이나 첨단사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비전은 모든 기업의 출발점이다.

 

Part 3  망하는 회사의 기업문화

 

망하는 회사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업의 흥망에는 재무적 이유도 크겠지만, 문화적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망하는 회사의 기업문화 특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첫째, 성공에 대한 자만이다. 성공을 이룬 많은 이들의 공통점은 성공을 가져다준 자신의 능력과 방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여긴다는 사실이다. 특히 젊어 성공한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커서 나중에 엄청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마나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는 사람들 중에도 처음에 대박을 터뜨린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을 휴브리스(hubris)라 부른다. 휴브리스는 신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오만이라는 뜻이다. 참고로 성공 역시 실력과 운, 그리고 시대의 합작품이다. 성공이 오직 자신의 능력과 방법에 따른 결과라 믿기 시작할 때 불행은 시작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둘째, 양치기목동 문화이다. 로버트 레버링(Robert Levering)은 일하기 좋은 기업의 조건으로 구성원 간의 신뢰를 들고 있다. 레버링의 지적을 거꾸로 뒤집어 보면 불신이 팽배한 회사는 일하기 좋지 않다는 뜻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회사가 직원들에게 진실을 전달하지 않는 순간 직원들의 불신의 싹은 시작된다. 반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회사가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협조를 구한다면, 직원들은 이를 극복할 각오를 하게 된다.

 

셋째, 1/N 문화이다. 모두가 똑같이 회비를 내는 1/N 문화가 겉으로는 공평한 듯 보이지만, 후배 입장에서는 돈 버는 선배들과 똑같이 회비를 낸다는 것은 절대 공평하지 않다. 그리고 1/N 문화는 개인보다 팀 차원의 결속력을 강조할 때 효과가 높지만, 능력 있는 직원에게 맞는 보상을 해주기는 어렵다. 이러다 보니 스스로 책임을 지고 일하려는 의지마저 위축된다. 더 나아가서는 책임도 1/N로 나누어 가지자고 한다.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얘기인데, 이는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아울러 1/N 문화는 개인의 능력에 대해 충분히 보상하지 못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무능력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능력과 실패는 다르다. 최선을 다하다 실패했다면 격려해야 하지만, 무능력은 조직에서 축출되어야 한다. 1/N 문화는 하향 평준화를 지향하기 때문에 능력과 열정을 소극적인 냉소주의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넷째, 계획만 있고 실행은 없는 문화이다. 망해가는 회사의 특징을 설명한 책을 오래전에 읽은 적이 있다. 회의는 자주 열리고 온갖 위원회가 생겨나며, 계획만 있지 막상 실행은 없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필자 중 한 사람이 기업문화와 관련해 여러 기업에서 강의를 하거나 사례를 수집하다 보면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변화가 필요할 때 회사들은 워크숍을 개최해 한번 해보자는 직원들의 열정과 관심을 끌어내는 데는 성공하지만,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단계에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조직의 노하우는 계획이 아닌 집행과 실천에서 나온다.

 

다섯째, 장벽의 문화이다. 회사가 지나치게 보안에 신경을 쓴 나머지, 정작 필요한 정보마저 흐르지 않는다면, 직원들은 회사가 추진하는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결과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모르게 된다. 조직 내에 정보가 흐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성장배경, 전공, 경험이나 연령에 따라 견해가 각기 다르다. 서로 다른 얼굴만큼 의견도 다양한데, 갈등이나 충돌을 우려한 나머지 각자의 생각을 숨긴다면 조직은 점점 문제에 휩싸이게 된다. 침묵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은폐할 뿐이다. 침묵이 미덕인 회사의 직원들은 조직 내에 높은 벽이 있다고 느낀다. 높은 벽은 서로 무관심하게 만들며, 무슨 일을 하려 할 때 다른 부서의 협조조차 얻기 힘들게 된다.

 

여섯째, 단기실적 중심의 문화이다. 10년에 걸친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이 최근 불황의 터널에서 탈출할 조짐을 보이는 데는 기술개발을 위한 꾸준한 투자가 한 몫을 했다고 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 중에는 미래 성장보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일곱째, 갈등의 문화이다. 몇 년 전 부도를 맞은 어느 건설사는 회사가 무너진다는 소문이 퍼지자 직원마다 자기 몫을 챙기려는 작업에 불이 붙었다고 한다. 자재관련 부서는 공사 자재를 빼돌리고, 협력회사와 계약을 진행하던 담당자는 계약 물량을 갖고 다른 회사로 옮겼다. 많은 수익을 올리고 성장을 한다 한들 조직 문화가 이 지경이라면 과연 그 성장이 얼마나 계속되겠는가?

 

이상에서 보듯, 회사에 위기가 닥쳐올 때 조직의 여기저기에서 그 징후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징후에는 재무적 상태만이 아니라 대차대조표엔 표시하기 어려운 문화적 요인들이 포함된다. 즉 CEO의 독단적 경영과 이로 인한 참모들의 침묵, 빚으로 빚을 막는 막무가내식 경영, 회사가 어려워짐에도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직원들의 의식과 행동 등이 그것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할 때, 조직이나 제도만 바꾸면 된다고 기대하는 것은 함정과 같다. 물론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외형이 바뀌어도 마인드나 행동이 변하지 않는다면 기대만큼 성과를 얻기란 힘들다.

 

Part 4  일하고 싶은 기업문화 만들기

 

중용의 문화

우리는 기업문화가 좋다고 얘기할 때, 강한 기업문화라는 말을 종종 쓴다. 강한 기업문화란 한 가지 방향만을 지향하는 문화가 아니라, 조직 내에 있는 다양한 생각을 아울러 최고의 성과를 내는 문화를 말하다. 이를 중용의 문화, 시너지 문화, 조화의 문화라 해도 좋다. 중용의 문화가 필요한 이유는 조직을 구성하는 직원들이 다양해지고 있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X세대, N세대, P세대 등 다양한 생각과 태도를 지닌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개인 간 문화적 차이를 관리하려면 먼저 그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6가지 문화적 딜레마

좋은 기업문화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도박의 기술이 아니라, 둘의 장점을 지혜롭게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햄든터너(C. Hampden-Turner)와 트롬페나르(F. Trompenaars)는 저서Building Cross - Cultural Competence에서 물과 기름처럼 하나로 합치기 어려워 보이지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문화의 모습을 6가지로 분류했는데, 첫째는 규정중심의 문화관계중심의 문화이고, 둘째는 개인중심 문화공동체중시 문화이며, 셋째는 성취지향 문화지위중심 문화라고 했다. 그리고 넷째는 자기지향형 문화외부지향형 문화이고, 다섯째는 분석형 문화확산형 문화이며, 마지막으로 시간 개념에 대한 문화적 차이인데, 하나는 시간을 연속적인 것으로 보고, 또 다른 개념은 과거에서 미래에 이르는 시간을 하나의 동일한 점으로 보고 있다. 트롬페나르와 햄든터너는 앞에서 제시한 6가지의 문화적 속성이 외견상 서로 배타적으로 보이지만, 반드시 이해하고 극복해야 하는 차원에서 문화적 딜레마라 불렀다.

 

Part 5  기업문화와 인사관리

 

기업문화의 4가지 유형

트롬페나르의 견해 -일과 사람에 대한 시각과 조직구조를 기준으로- 를 빌려, 기업문화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면, 조직이 수평적이면서 인간관계를 강조할 경우, 이는 '인큐베이터형 기업문화'에 해당하고, 조직이 수평적이면서 인간관계보다 일을 강조할 때 이는 '유도미사일형 기업문화'에 속하며, 이와 반대로 조직이 위계적이면서 인간관계를 강조한다면 이를 '가족형 기업문화'로, 조직이 위계적이면서 과업을 강조할 경우 이를 '에펠탑 스타일의 기업문화'로 분류하고 있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인큐베이터형 기업문화는 구성원의 창의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표적인 곳이 실리콘밸리인데, 이러한 유형의 문화에서는 구성원들의 수평적 관계와 팀워크가 강조된다. 인큐베이터형 기업문화를 지닌 기업의 인사관리는 금전적인 보상에 치중하기보다 이들의 성취 욕구를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능력 있는 인재들이 모여 팀워크를 발휘하고 아이디어를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유도미사일형 기업문화는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공유된 성과목표를 달성하려고 매진하는 문화이다. 이러한 기업문화를 대표하는 조직이 미 항공우주국(NASA)인데, 유도미사일형 기업문화를 가진 조직의 인사관리는 무엇보다 지위나 연공서열을 떠나 능력을 중심으로 인재를 바라보아야 하고, 이들 인재가 한 팀을 이뤄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팀워크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유도미사일형 기업문화에서 평가는 개인보다 팀 단위로 이루어지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개인의 성과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팀과 개인의 성과에 대한 보상이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셋째, 가족형 기업문화는 기업문화 유형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다. 이는 적지 않은 회사들이 가족기업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가족형 기업문화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구성원간의 위계질서와 연공서열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인데, 인간관계를 강조하다 보니 일보다는 학연이나 지연에 따라 조직이 좌우되기도 한다. 가족형 기업문화의 장점은 우호적이고 따뜻한 인간관계, 그리고 여기에 바탕을 둔 가족적 결속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관계가 학연이나 지연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라면, 그래서 직원들의 능력이나 성과가 희생된다면 그 대가는 혹독하다. 이 문화의 극단적인 형태가 마피아이다.

 

넷째, 에펠탑 스타일의 기업문화를 지닌 기업은 보수적이다. 혁신보다 안정을, 변화무쌍보다 일관성을 선호한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전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보다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수적 의사결정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에펠탑 스타일의 기업문화는 조직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데 가장 적합하다. 참고로 에펠탑 스타일의 기업문화를 갖춘 기업의 인사관리는 직무기술서나 직무명세서를 명확하게 하는 데서 출발하고, 종업원에 대한 평가도 목표대비 성과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며, 보상은 목표를 초과 달성한 만큼의 금전적 인센티브로 주어진다. 직원들에 대한 평가나 보상은 직원과 가까이 있는 상사보다는 객관적으로 직원을 평가할 수 있는 인사부서에서 총괄하게 된다.

 

인재의 유형

인재유형을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친 벨빈(Meredith Belbin)은 1970년대 영국의 헨리경영대학에서 기업체 임원들을 대상으로 단기경영과정을 운영하였는데, 벨빈은 이 중 한 팀을 머리가 뛰어난 임원들로만 구성하고, 이들을 아폴로 팀(Apollo Team)이라 불렀는데, 가장 머리가 좋은 사람으로 구성되었으니 팀 성적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수업이 진행될수록 아폴로 팀의 성적은 오히려 뒤에서부터 세는 게 빠를 정도였다. 왜냐하면 모두가 뛰어난 사람들로 구성된 아폴로 팀은 서로가 의사결정의 중심에 서려고만 할 뿐, 아무도 궂은 일을 맡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기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면서도 상대방의 제안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벨빈은 아폴로 팀을 연구한 결과, 조직이란 궂은  일이라도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들로 이루어질 때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결론지었다.

 

참고로 벨빈이 제시하는, 팀에서 필요로 하는 9가지 유형의 팀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새싹형(Plant)이다. 새싹형은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샘솟는 유형으로 고정관념을 거부하는데, 새싹형은 한 팀에 한두 명이면 충분하다. 둘째, 조각가(Shaper)가 필요하다. 이들은 사업가적 기질을 갖춘 사람들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추진한다. 셋째, 자원탐색가(Resource Investigator)가 필요한데, 이들은 아이디어를 실행할 혁신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넷째, 팀에는 조정자(Coordinator)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한데, 이들은 팀워크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섯째, 팀에는 전문가(Specialist)도 있어야 한다. 전문지식을 활용해서 첨단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때 이들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실천가(Implementer)가 필요하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체화하는 데 있어서는 전문가와 유사하다. 만약 실천가가 없다면, 조직 내에 넘쳐나는 아이디어가 생명력을 얻기 어렵다.

 

일곱째, 팀에는 팀워크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사람(Team Worker)이 필요한데, 이들은 팀원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팀워크를 다지면서, 팀이 주어진 성과를 차질 없이 달성하도록 한다. 여덟 번째, 감시평가자(Monitor-Evaluator)가 필요한데, 이들은 팀의 핵심역량과 거리가 먼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폐기하는 것은 물론, 막연하지만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를 정교화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최종완성자(Completer-Finisher)가 필요한데, 이들은 고객들의 취향이나 필요에 맞지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재검토하고, 수정하며, 다른 추가적 기능을 첨가해서 당당한 상품으로 만들어낸다.

 

벨빈에 따르면 한 사람이 두 가지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팀원들이 자신의 성향에 맞는 역할에 충실할 때 팀 성과가 배가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들은 서로 대립하는 게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라는 것이다.

 

그 외 MBTI 인재유형이 있는데,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인간의 4가지 유형 -내향적 인재와 외향적 인재, 감각형 인재와 직관형 인재, 감성형 인재와 사고형 인재, 원칙중심의 인재와 상황중심의 인재- 을 강조한 스위스 출신의 심리학자, 칼 융(C.G.Jung)의 이론을 토대로 두 여성 전문가에 의해 1930년대에 개발되었다. MBTI는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자기평가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MBTI가 근거를 두는 인간의 4가지 유형 중 어느 것이 경영현장에서 가장 바람직한지는 아직까지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다만 MBTI의 장점은 4가지로 분류된 인재유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MBTI가 제시한 인재유형이 우리 사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모델에는 나름의 한계가 있듯, MBTI 역시 약점이 있다. 인재를 평가하는 기준을 지나치게 단순화함으로써, 특정 상황에서 어떤 유형의 인재가 가장 적합한지 명확하게 결론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융은 4가지 인재유형을 제시하면서, 이러한 유형들이 비록 상반되는 모습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상생을 통해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Part 6  기업문화를 바라보는 시각

 

열린 조직에 대한 생각

볼딩(Boulding)은 조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9가지 시스템 이론으로 정리했는데, 이 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직이란 단순반복적인 기계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둘째, 조직을 제한된 범위 내에서 환경에 반응하는 시스템으로 보는 견해다. 셋째, 조직이란 시장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이에 적응하는 열린 시스템으로 보는 견해다. 참고로 기계와 같은 시스템에서는 좋든 싫든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거나 시스템에서 일탈하는 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열린 시스템은 다르다. 모든 여건을 고려해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두 개의 해답 모두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패러독스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이카루스(Icarus)는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하고, 초로 만든 날개를 단 채 태양을 향해 날아가다, 날개가 녹아 내리면서 에게해로 추락해 죽는다. 하늘을 날게 한 날개의 힘이 오히려 이카루스를 추락하게 한 것이다. 이를 이카루스의 패러독스(Icarus Paradox)'라 하는데 성공에 자만한 나머지, 성공에 이른 수단이 오히려 멸망을 가져다주는 것을 빗댄 이야기이다. 높은 성과를 거둔 회사일수록 이카루스의 패러독스에 빠지기 쉽다.

 

기업경영이란 패러독스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기업이 직면하는 패러독스 중 하나가 이익이냐 매출이냐 하는 문제이다. 이익은 조직이 거둔 지난 날의 성과를 평가하는 유용한 기준이다. 이에 비해 매출은 미래의 고객기반을 확보하는 주요 수단이다. 참고로 지금 이익이 많다고 해서 미래 성과를 장담할 수 없고, 이익에만 집중하는 회사들은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한 나머지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을 세우지 못한다. 또 지나치게 시장점유율에만 매달릴 경우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가격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2004년 이동통신사업자들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들여 고객 끌어안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회사마다 수익구조가 악화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작은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자연이나 사회라는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불규칙하고 무질서해 보이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도가 있었다. 1970년대 이후 이러한 무질서에도 오묘한 법칙이 있다는 이론이 등장한다. 질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에도 보편적인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카오스, 즉 혼돈이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이 이론은, 이전까지 예외사항으로 간주하던 것에서 어떤 현상을 발견해내는 데 집중하였으며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쳤다. 혼돈이론에는 크게 3가지 개념이 있다. 첫째가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둘째 프랙탈 기하학(Fractal Geometry)', 세 번째가 앞의 둘을 연결하는 공통분모에 해당하는 끌개(Attractor)이론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나비효과란 말은 로렌스(Lorenz)라는 기상학자가 쓴 논문에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다. 로렌스는 단순하지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공기의 흐름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는 작업을 한 결과, 공기흐름에서 나비의 날개모양과 같은 일정한 패턴을 발견하고,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작은 현상으로도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태풍을 불러일으킬 만큼 엄청난 효과를 갖는다고 결론지었다. 로렌스는 이런 현상을 3개의 비선형방정식으로 설명했는데, 그의 연구결과는 장기간의 기상예측이 가능하리라는 기상학계의 기대감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기업경영과 관련해서 로렌스가 던지는 화두는 첫째,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는 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적당한 정보가 있다면 과감하게 일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둘째, 비록 시작은 작지만, 변화하려는 노력이 쌓이면 커다란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프랙탈에 대해 살펴보면, 1960년대에 만델브로트(Bennoit Mandelbrot)는 무질서한 것처럼 보이는 현상에도 질서가 있음을 발견했다. 한 예로 고사리 잎에 난 각각의 가지는 큰 고사리 모양의 축소판이고, 또 그 작은 가지에는 또 다른 고사리가 달려 있음을 볼 수 있다. 만델브로트는 바로 이러한 현상을 프랙탈(Fractal)이라 불렀다. 제한된 공간에서 프랙탈이 무한으로 반복되는 것처럼, 폐를 흐르는 혈관 역시 자신의 모습을 반복하면서 폐 전체에 퍼져 있고 이를 통해 많은 양의 산소를 혈액에 공급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인력과 시간, 자원을 갖고 무한의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회사는 직원들이 공감할 비전을 제시하고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인데, 직원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한다면, 프랙탈이 경계부분에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면서 자기복제를 하듯이, 직원들이 기업의 목표를 달성할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상한 끌개에 대해 살펴보면, 나비효과와 프랙탈 간의 공통분모에 해당하는 것이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인데, 로렌스는 자신이 발견한 나비효과의 이면에는 이상한 끌개라는 현상이 숨어 있음을 발견했다. 즉 처음에 어떠한 조건에서 시작되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기이한 끌개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해보자. 양초에 불을 붙였다 끄면 연기가 꾸불꾸불한 형태로 올라간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처음과는 다른 모습의 연기가 생긴다. 공기 입자의 운동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이러한 원칙 뒤에는 끌개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끌개는 피자를 만드는 밀가루 반죽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요리사가 반죽을 폈다, 접었다, 공중을 돌릴 때 생기는 모양과 같다.

 

무한게임의 법칙

제한된 시장에서 경쟁사 고객을 뺏어오는 것은 전체 고객 수가 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로섬게임이다. 그런데 이 결과 가격경쟁이 격화된다면 시장 전체의 이익마저 줄어든다. 이처럼 제한된 자원을 놓고 벌이는 경쟁을 유한 게임(Finite Game)이라고도 한다. 유한게임에는 승자와 패자만이 있으며, 승자라 해도 큰 상처를 입는다.

 

유한게임과 달리 무한게임(Infinite Game)에서는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다. 뫼비우스의 띠를 보자. 뫼비우스 띠 위에 연필로 선을 긋다 보면 띠의 뒷면이 다시 앞면이 되고, 선의 끝부분이 다시 시작점으로 된다. 띠가 무한하게 순환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직원들의 교육훈련에 투자를 하면, 직원들 업무능력이 향상되고 회사의 생산성도 더불어 높아진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이익이 많아지고 회사는 다시 직원들의 능력개발에 투자를 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이 결과 회사의 이익은 늘어나고 직원들 경쟁력도 높아진다. 회사와 직원들 모두 상생(相生)하게 되는 것이다. 무한게임에서는 모두 승리자일 수 있다. 패자는 승자로부터, 승자는 패자로부터 교훈을 얻기 때문이다. 즉 서로가 서로에게서 배우고, 그 결과 전체 경쟁력이 향상되게 된다.

 

Part 7  기업문화의 현장이론

 

먼저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였던 아토스(Tony Athos)는 파스칼(Richard Pascale), 피터스(Tom Peters), 워터만(Waterman) 등과 함께 기업문화 7S 모델(Seven S Diagram)을 창안했다. 이 모델은 기업활동의 중심에 기업목표(Superordinate Goal)를 두고, 목표는 회사의 전략(Strategy), 제도(System), 조직(Structure), 구성원(Staff), 업무스타일(Style), 그리고 회사가 보유한 기술(Skill)과 상호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하고 있는데, 아토스는 기업이 성과를 높이려면 여기서 제시한 7가지 요소에서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강종하고 있다.

 

다음 두뇌 모델(Whole Brain Model)은 기업문화분석에 사용하는 모델로서 네드 허만(Ned Hermann)이 창안했다. 두뇌 모델은 인간의 뇌를 크게 4개 영역으로 나누고 각 부분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이 이론에 따르면 뇌의 좌측부분(좌상단과 좌하단)은 사실에 근거해 대상을 분석하는 데 강하며,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발달해 있고, 이와 달리 우하단은 사실보다는 느낌과 감성에 의지해 판단을 내리고,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며, 우상단은 분석보다 직관을 선호한다고 보고 있다.

 

오래전 우리나라의 어느 잡지사는, 대부분의 여성지가 연예인 스캔들이나 소비를 조장하는 광고에 치중하고 있는데, 생활정보나 시사지식을 다루는 여성지가 있다면 사서 볼 것인지?를 독자들에게 조사했는데, 응답자들의 대부분이 그런 여성잡지가 출간된다면 사보겠다고 하여, 자신감을 갖고 시사 여성 잡지를 출간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설문결과와 달리 고객들은 시사정보나 생활지식을 다루는 무미건조한 여성지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진정으로 고객을 이해하려면, 분석은 물론 직관을 활용해 전체적인 관점에서 고객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뇌의 우상단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문화도 마찬가지다.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려면 기업문화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과 종업원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기업의 역사, 분위기 등 전체 숲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기업문화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 세련되게 디자인된 회사로고나 상징물이 있다. 이러한 것을 통틀어 CI(Coroprate Identity)라 한다. 기업의 상징인 CI는 상품의 범위를 넘어 회사의 문화, 역사는 물론, 고객이 느끼는 명성까지 포함하고 있다. 즉 CI에는 회사의 가치가 들어 있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고객감성에 호소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고 한다. 기업문화가 회사의 중요한 경쟁력이 된 것이다. 이 역할의 중심에 CI가 있다. 그 외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기업문화란 리더십에 다름없다고 하면서, 기업문화가 다루어야 할 영역으로 비전, 목표, 전략, 신조, 추진력 등 5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Part 8  KT 기업문화 개선활동

 

공기업의 문화적 특징

공기업은 의사결정단계나 업무추진과정에서 민간기업과 많은 차이가 있어, 기업으로서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업무방식은 정부기관과 비슷하게 운영될 때가 많다. 이러한 한계로 공기업의 비효율성이 자주 지적되기도 하는데, 이익보다 국민편익을 추구하다 보니 투자나 자원운용이 방만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공기업문화의 또 다른 특징으로 경직성을 들 수 있고, 계획을 세우는 데는 열심이지만, 이를 추진하는 데는 관심이 적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기업 중 하나였던 KT의 두드러진 문화적 특징 중의 하나도 관료적 -관행중시, 연공서열 등- 이면서 폐쇄적인 조직 분위기인데, 젊은 사원들도 이런 모습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느끼지만, 자신들도 성장해 가면서 과거 관례를 답습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KT에게도 분명 자랑하고 싶고 계속 이어져야 할 문화적 전통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직원 간에 끈끈한 정으로 뭉쳐진 공동체정신이다. 모든 직원이 한 가족이라는 유대감, 동료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인간관계는 다른 회사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KT만의 강점이다.

 

KT의 기업문화 개선활동

KT는 유선전화만을 판매하던 회사에서 유선과 무선은 물론, 고도로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이전과 달리 직원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도록 하는 탄력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에 KT는 구성원 스스로 문제점을 발굴하고 고쳐나가도록 자율적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는데, 원인원아웃(One-In, one-Out)'이 그것이다. 원인원아웃은 기관이나 부서 스스로 그동안 불필요하다고 생각된 제도나 관습을 하나씩 발굴해 고쳐나가고, 동시에 필요한 제도나 시스템을 도입하는 자발적 기업문화 활동이다.

 

그런데 기업문화 혁신에 손을 댄 많은 기업들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조급함과 외양에만 치우친 탓이 크다. KT 역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면서 기업문화 개선 프로그램을 현장 중심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려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민영화 이후 다소 쇠퇴한 공동체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CEO 이하 모든 경영진이 사내 메신저나 전화, 메일을 통해 직접 현장 의견을 경청하고, 함께 느끼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04년 12월, KT는 구태의연한 관행을 벗어 던지고 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KT만의 새로운 게임의 규칙(New Rule of Game)'이 필요하다는 대전제 아래,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노력을 시작했다. 직원들의 강한 공동체정신이나 강한 애사심처럼 민영화 이전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KT만의 강점은 더욱 다져나가면서, 그동안의 노력에도 바뀌지 않는 부정적 관습을 떨쳐버리기 위한 큰 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탄생한 것이 KT Rules'인데, 이는 민영화된 KT가 세계수준의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모든 임직원이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원칙이자 지침이다.

 

KT Rules의 기반이 되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이란 무엇인가?  시장 환경을 염두에 두지 않는 획일적인 일처리 방식을 떠나, 차별화된 업무프로세스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또한 실패해서 욕을 먹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소극적인 생각을 벗어 던지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취적이며 공격적인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생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이렇게 축적된 경험을 활용하여 실패확률을 줄이자는 것이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직원들이 자유로운 생각을 실천하도록 지원하는 서번트형 리더가, 솔선수범형 리더가 바람직하다.

 

KT Rules에서 제시하는 행동원칙은 전사 행동규범과 직급별 행동규범으로 나뉘는데, 각 행동규범은 5개 내외의 구체적 실천행동을 제시하고 있다. 전사 행동규범은 상사와 부하직원을 포함하여 동료에게 갖추어야 할 규범, 자신의 업무에 대한 규범, 부서와 회사에 대한 규범, 그리고 국민기업인 KT의 구성원으로서 고객에 대해 지켜야 할 규범으로 구성되고, 직급별 행동규범은 업무, 인간관계, 태도와 가치관, 그리고 역량 등 크게 4가지 기대역할을 토대로 각 직급에서 요구되는 행동과 태도로 구성되어 있다.

 

KT 임직원에게 기대되는 대표적인 역할 중에서 사원에게 해당하는 것이 업무를 통한 수신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사원들은 끊임없이 학습하고 탐구하고 성찰해야 한다. 과장은 초급 리더로서 직원들의 동기부여는 물론, 조직의 허리로서 상하간 의사소통과 인화에 힘써야 하고, 부장은 조직의 한방향화에 힘써야 한다. 즉 다양한 생각과 능력을 갖춘 직원을 한 방향으로 정렬하여, 이들의 힘을 배가시켜야 한다. 동시에 직원들의 능력개발을 지원하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팀장은 물론, KT 임원이라면 누구나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뿐 아니라,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고 일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기존의 업무방식을 항상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KT는 임직원 모두가 KT Rules를 체질화하도록 Follow Me'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Follow Me 운동이란 Rules를 토대로 임원부터 먼저 실천에 옮길 약속을 정해 직원들에게 알리고 실천하는 것이다. 아는 것보다 실천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바로 KT Rules와 Follow Me 운동이 추구하는 방향이자 목표이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이행하는 기간 동안, 우리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KT 역시 과거 공기업시절의 가치관에서 많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KT의 강점은 다른 어떤 기업보다 회사에 대한 종업원들의 충성심이 높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공동체정신이 아직 남아 있다. 따라서 KT의 혁신활동은 직원들의 높은 충성심을 발전시키고 역량개발을 지원하면서 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서 출발한다.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미지의 세계로 과감히 나갈 혁신의 정신을 갖춰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