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워지기

반찬으로 알아본 싫어하는 CEO 유형

position 2005. 7. 17. 22:54
국내 1백대 기업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CEO는 어떤 유형일까. 싫어하는 CEO의 유형을 반찬으로 분류한 결과 ‘무우’ 유형의 CEO라는 답변이 가장 많게 나타났다. 이는 무조건 자기만 옳다고 여기는 우격다짐 유형을 말한 것. 다음은 ‘시금치’ 유형이라고 답변 비율이 높았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따지고 금방 짜증을 내며 부하의 공로를 자신의 것으로 가로채는 치사한 CEO를 싫어한다는 의미다. 또한 국내 1백대 기업 직원들은 자신의 CEO가 가장 싫어할 때는 ‘CEO 혼자서 독단적으로 일처리 할 때’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자사 CEO가 가장 좋아 보일 때는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줄 때’라는 답변이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본지가 지난 1월 13일부터 7일 간 국내 1백대 기업 직원(2003년 매출액 기준)들을 대상으로 ‘반찬으로 알아본 싫어하는 CEO 유형’이라는 설문 조사에서 나타났다. 1백대 기업에서 82명(82개사)의 직원이 답변했다. 설문 조사는 본지에서 싫어하는 CEO 유형을 여덟 가지 반찬으로 제시한 후 싫어하는 반찬 유형을 두 가지씩 체크해 달라고 주문했다. 자사 CEO가 가장 싫어 보일 때와 좋아 보일 때도 각각 13가지 항목을 제시한 후 해당 항목을 한 가지씩 체크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과에 따르면 국내 1백대 기업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CEO 반찬 유형은 ‘무우’라는 응답이 23.8%로 가장 높았다. ‘무우’ 유형의 CEO는 무조건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우격다짐 유형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국내 1백대 기업 직원들은 CEO라는 최고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무슨 일을 할 때 자신의 판단대로만 결정 내리는 CEO를 가장 싫어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금융업종 기업의 A과장은 “타당한 이유와 합리적인 판단 기준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무조건 자신의 방식대로 할 것을 주문할 때 스트레스를 가장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시를 내린 것이 합리적이지 않아 반론을 내밀고도 싶지만 워낙 카리스마가 강해 어찌 대응할 수도 없다고 털어놨다. 건설업종에 있는 B부장도 마찬가지다. B부장도 자신의 CEO가 외부에서는 ‘추진력이 강하다’ ‘뚝심이 있다’느니 하는 평가를 많이 받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접 측근에서 모시는 입장에서는 시시때때로 자신의 판단대로 하는 것이 옳다고 하면서 어떤 지시를 내리는 데 막상 지시내린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할 때가 괴롭다고 말했다.

무우 유형 다음으로는 ‘시금치’ 유형이 16.3%로 높게 파악됐다. 시금치 유형은 시시콜콜한 것까지 따지고 금방 짜증을 내며 부하의 공로를 자신의 것으로 가로채는 치사한 형태를 일컫는다. 이와 관련 무역업종에 근무하는 하는 한 직원은 “CEO가 글자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따져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며 “꼼꼼하게 완벽하게 하려는 것은 좋긴 좋은 데 너무 시시콜콜한 것까지 따질 땐 실무자 입장에서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추 유형 CEO는 15.0%로 나타났다. 이 유형은 고압적인 자세로 직원들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유형을 말한다. 쉽게 말해 군대에서 계급이 높은 상관이 부하에게 책임을 따지는 것처럼 권위적이고 위압적으로 책임을 추궁하는 CEO를 다소 싫어한다는 것이다. 자사 CEO가 장교 출신이라는 말하는 C기업의 강모과장. 강 과장은 “일을 하다보면 자신의 실수로 일을 잘못 처리할 때가 종종 있다.”며 “잘못된 일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너무 심한 욕설과 고압적인 자세로 책임을 따지려 할 땐 오히려 그런 태도 때문에 더 기분이 상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단무지 유형은 12.5%로 나왔다. 단무지 유형은 단순하고 업무에 대해서는 무지(無知)한 유형의 CEO를 말한다. 이는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전체적인 업무에 대해 골고루 잘 모르고 있으면서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경우를 일컫는다.

냉정하면서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냉이형은 11.3%로 답변됐다. 직원들을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자신의 이익만 먼저 챙기려는 얌체형 CEO들이 이런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결제를 올리면 돈만 깍으려고 하고 두서없는 이유만 늘여놓아 기가 차게 만드는 깍두기형은 11.3%, 생각없이 이것저것 말해서 강조사항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생강 유형은 9.4% 로 파악됐다. 또 말은 다섯(오) 번 정도하고 듣는 것은 두(이) 번 정도만 하는 오이형은 5.0%로 답변됐다.
한편 자사 CEO가 가장 싫어보일 때는 ‘CEO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할 때’라고 응답한 비율이 22.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앞서 언급한 무조건 자신만 옳다고 여기는 우격다짐형인 무우형 CEO를 가장 싫어하는 것과 다소 일치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다음은 과중한 업무를 시킬 때(19.5%),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할 때(15.9%), 비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할 때(14.6%) 등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자사 CEO가 가장 좋아 보일 때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라고 답한 비율이 29.3%로 가장 높게 파악됐다. 다음은 ‘탁월한 리더십을 보일 때’(24.4%), 합리적으로 일처리 할 때(17.1%), 실수를 했는데 격려해줄 때(9.8%) 순으로 응답했다.


※ '무우'의 바른 표기는 '무'이지만, 본지에서는 설문조사를 위해 '무우'로 표기했음을 밝힘.

출처 :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