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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7. 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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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1988년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400대 부자’ 리스트에 올랐던 기업
사냥꾼 어윈 제이콥스(Irwin Jacobs·63)는 피도 눈물도 없이 CEO들을 윽박질렀다. 경영문제를 해결하든지 아니면 자신에게 매각하라고
몰아붙인 것이다. 그는 철강업체 카이저 스틸(Kaiser Steel), 미디어업체 월트 디즈니(Walt Disney),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보그 워너(Borg-Warner), 맥주 제조업체 팝스트 브루잉(Pabst Brewing)의 지분을 매입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현금으로
사들였다 매각해 단기 차익을 챙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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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제이콥스는 과거와 다른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치열하기는 마찬가지다. 미네소타주에서 브런즈윅(Brunswick)에 이어 미국 제2의 레저용 보트 제조업체인 비상장 기업 젠마
홀딩스(Genmar Holdings)를 경영하고 있다. 젠마의 2004년 매출은 11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정크본드 사냥꾼들의
등장을 그린 〈약탈자의 무도회〉(The Predators’Ball)와 내부자 거래 스캔들을 파헤친 〈도둑들의 소굴〉(Den of
Thieves)이라는 책들만 들춰봐도 과거 제이콥스가 어떻게 행동했을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그는 지금 매각 자산보다 보유 자산이 훨씬 많다.
그렇다고 그의 젠마 지분 40%에 귀가 솔깃한 인수 제안이 들어와도 거절할 것이란 말은 아니다. 다만 현재 젠마 경영에 만족하고 있다는 뜻이다.
제이콥스는 지난 20여 년 동안 젠마의 전복을 막기 위해 애써 왔다. 그는 파산한 라슨 인더스트리스(Larson
Industries)를 77년 인수해 젠마라는 이름으로 바꾼 뒤 지금까지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3억 달러나 쏟아 부었다. 그는 “젠마의
기업공개(IPO)가 단행되면 주변에서 ‘공개할 바에야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많이 투자했느냐’며 나를 미친 사람 취급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젠마는 87~89년 기업을 공개한 바 있다. 99년 1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다시 공개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젠마의 낮은 순이익, 부채
1억3,000만 달러, 마이너스 260만 달러의 순가치 때문에 외면당한 것이다. 제이콥스로서는 쓰디쓴 경험이었다.
제이콥스는
경영자로 놀라운 실적을 거뒀다. IPO가 실패로 돌아간 뒤인 2000년에 파산한 아웃보드 마린(Outboard Marine)의 보트 제조 부문을
2,8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제이콥스는 젠마의 은행 부채 2억5,000만 달러를 상환하기 위해 자산도 매각했다. 현재 직원 5,600명을
거느린 젠마는 부채가 전혀 없다. 2004년 이자ㆍ세금ㆍ감가상각 공제 전 영업이익이 1억2,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금 보유액만
1억2,500만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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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비결은 인내다. 제이콥스에게는 약간 생소한 덕목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인내, 신제품, 효율적인 제조공정, 솜씨있는 마케팅을 한데 접목시켜 130억 달러 규모의 보트 제조 시장에 투입했다. 보트
시장의 판매량은 88년 최고치인 52만4,000척에서 2003년 29만7,000척으로 뚝 떨어졌다. 보트업계 전문지 〈보팅
인더스트리〉(Boating Industry)는 보트의 평균 가격도 2002년 1만2,883달러에서 2003년 1만2,611달러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제이콥스는 뭔가 증명하고 싶었던 게 분명하다. 그는 창업 초기를 떠올리며 이렇게 들려줬다. “라슨은 그야말로 악몽의
연속이었다. 57만5,000달러를 투자했지만 2년6개월 만에 500만 달러나 손해를 봤다. 동료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제이콥스에게 해답이 있었다. 그는 “뭐든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81년 대형·소형
모터보트, 낚싯배 제조업체인 상장사 이지스(Aegis)를 인수했다. 젠마의 규모를 두 배로 키운 것이다. 4년 뒤 적대적 인수로 5억6,000만
달러에 AMF를 사들였다. 이어 보트 사업부만 남기고 AMF의 60%에 해당하는 20개 사업부를 5억4,500만 달러로 매각했다.
제이콥스는 시장이 젠마를 저평가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89년 4억3,500만 달러를 투입해 증시에서 빠져나왔다. 제이콥스는 92년
액면가 1억5,000만 달러의 채무 불이행 정크본드를 2,500만 달러에 사들이는 등 계속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정크본드는 당시 소매체인
세븐일레븐의 경영권을 쥐고 있던 일가 소유로, 제이콥스에게 배스 낚싯배 제조업체 레인저(Ranger)와 요트 제조업체 카버(Caver)를
안겨줬다.
그로부터 1년 뒤 미국 내 보트 판매가 급감하면서 젠마는 엄청난 부채로 침몰하고 있었다. 젠마는 90~93년 누적 적자
1억 달러를 기록했다. 94년 제이콥스는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1억 달러를 젠마에 투입했다.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99년 젠마는 매출 7억400만
달러에 순이익 4,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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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제이콥스는 미국 최대의 낚시도구 소매업체이기도 한
월마트와 손잡고 월마트 FLW 투어 대회를 후원했다. FLW는 레인저 창업자 포레스트 L 우드(Forrest L. Wood)의 이름에서 첫
철자들을 따 붙인 이름이다. 배스 낚시 선수권 대회인 FLW는 이후 규모가 커졌다. 2005년에는 총상금 3,000만 달러가 걸린 8차례의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선체가 섬유유리로 만들어진 전장 5.5~7.6m의 젠마 레인저를 타고 대회에 참가해 우승한 강태공에게는 더 많은 상금이
돌아간다.
2001년 이래 젠마의 보트 매출이 두 배로 늘었다. 아웃보드 마린을 인수한 덕이기도 하다. 지난해 젠마는 미국에서
판매된 섬유유리 보트 16만 척 가운데 15.7%를 점유해 17%인 브런즈윅과 별 차이 없는 2위에 이르렀다. 제품군은 레인저 배스
낚싯배(2만2,000~5만 달러)에서부터 중간 가격대의 소형 모터보트, 스키 보트, 대형 모터보트(1만3,000~25만 달러), 손으로 조립한
전장 20m짜리 카버 요트(20만~120만 달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제이콥스는 2004년 9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보트 임대
사업을 발족시켰다. 딜러는 월 300~1,000달러에 신형 트라이엄프(Triumph) 낚싯배·거룻배를 임차한 뒤 일반 고객들에게 12시간 혹은
1시간 단위로 빌려줄 수 있다. 임차기간 30개월이 만료되면 딜러는 보트를 반환하거나 원래 가격의 37%에 매입할 수 있다.
제이콥스는 보트 제조공정에도 신경 쓰고 있다. 선체 제조과정 가운데 일부는 40년대부터 사용돼 오고 있는 비효율적인 개방
주형(open mold) 시스템을 폐기했다. 개방 주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작업으로 주형에 독성 수지와 섬유유리 막까지 분무해야 한다.
제이콥스는 2년 전 미네소타주 리틀폴스에 2,100만 달러를 들여 2,700평의 공장을 세웠다. 그곳은 27년 전 인수했던 보트 라슨
글래스트론(Larson Glastron)의 공장이었다.
위험하고 더러운 일은 로봇이 맡는다. 밀폐 주형으로 선체를 찍어내고 독성
스티렌 방출은 90%나 줄여준다. 전장 5.5m의 섬유유리 이중 선체가 40분 만에 만들어져 마무리 작업과 조립을 기다린다. 반면 손으로 일일이
분무하는 선체는 마르는 데만 보통 20시간 걸린다. 근로자 125명이 일하는 리틀폴스 공장에서는 전장 7.3m짜리 보트를 하루 최대 40척
찍어내며, 250개가 넘는 젠마 모델 가운데 60%나 제작할 수 있다. 완성된 보트는 기존 제품보다 훨씬 가볍고 튼튼하며 흠집이나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훨씬 작다. 새 공정으로 인건비는 3분의 2 줄었다.
그렇다면 기업 사냥꾼이 공장 엔지니어로 변신한 것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제이콥스는 2004년 젠마의 알루미늄 보트 사업부(매출 3억 달러)를 현금 1억9,100만 달러에 경쟁업체 브런즈윅으로
넘겼다. 그는 “그만한 가격을 뿌리칠 수 없었다”며 흡족한 표정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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