糧書糧言

진짜 보물

position 2008. 1. 17. 10:33
이 세상에서 보물은 귀한 것이다.
그래서 그 희소 가치 때문에 보물의 진가는 더욱 발휘된다.
쉽게 구할 수 없는 보석이 그렇고, 오래된 예술 작품이 부른 게 값일 정도로 비싸다.
그런데 참 알 수 없는 것은 희소 가치가 엄청난 것일수록 효용 가치는 떨어진다는 것이다.
보물의 경우 장식품으로 대용하기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둔다.
고품격의 예술 작품도 많은 사람에게 공개하기보다는 소장자가 안전한 장소에 보관해두므로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 하더라도 그 효용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18세기 페르시아의 재무대신을 지낸 알리 베이는 집안에 아주 귀중한 보물을 숨겨두고 있다고 소문이 났다.
그는 어린 시절 양치기 출신이었는데, 아바스 대왕의 신임을 얻어 높은 벼슬자리를 지냈다.
아바스 대왕의 신임이 두텁자, 다른 신하들이 알리 베이를 시기하였다.
"양치기 출신 주제에 재무대신이라니? 집안에 보물을 숨겨두었다면 정말 값비싼 보석임에 틀림없어."
알리 베이를 시기하는 신하들을, 그가 재무대신을 지내면서 많은 부정을 저질러 부를 축재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무렵 아바스 대왕이 죽었다. 그 아들이 새로운 대왕으로 즉위하자, 알리 베이를 시기하던 신하들은 파벌을 만들어 그를 축출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기로 하였다.
때마침 아바스 대왕이 아끼던 보검이 없어졌다. 새로운 대왕은 신하들을 질타하였다.
"선대 왕이 쓰시던 그 보검은 대왕의 상징이다. 감히 어떤 자가 보검을 훔쳐갔느냐?"
그러자 알리 베이를 시기하던 신하들이 그에게 혐의를 덮어씌웠다.
"대왕! 선대 왕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자는 재무대신 알리 베이뿐이옵니다.
 최근 저자거리에서도 알리 베이 집안에 귀중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이 기회에 그 보물이 과연 어떤 것인지 밝혀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소문이 있는 게 사실이렸다?"
새로운 대왕은 직접 알리 베이의 집으로 가서 그 보물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때 알리 베이가 궁궐로 들어와 대왕에게 아뢰었다.
"사실 저희 집에 귀중한 보물이 있긴 하온데 대왕님께 보여드리기는 부끄러운 물건입니다.
제게는 매우 귀중한 물건이지만 대왕님께서 보시기에는 매우 하찮은 것으로 보일테니까요."
"무엇이? 대체 보물이란 누구에게나 귀중한 것이지, 어찌 사람에 따라 다르단 말이냐?"
"송구스럽지만, 제 보물은 그러하옵니다."
알리 베이는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니 더욱 궁금하구나."
"정 그러하시면 대왕님을 저희 집으로 초대해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리 베이의 초청에 따라 대왕은 그를 따르는 신하들과 함께 행차를 하였다.
막상 알리 베이의 집에 도착해 보니 집안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보물이라고는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알리 베이는 아무런 장식도 없는 방안으로 대왕과 신하들을 안내하였다.
방안에는 귀중품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고, 다만 양치기 소년이 쓰던 피리와 누더기 옷만 걸려 있을 뿐이었다.
"대체 보물이 어디 있다고 그러느냐?"
"바로 저 피리와 누더기 옷이 보물입니다. 제가 가장 아끼는 귀중품이지요."
알리 베이의 말에 대왕은 물론 신하들도 눈을 휘둥그레 뜨지 않을 수 없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시절은 양치기를 하던 때였습니다.
양치기를 하면서 저는 나라 살림을 어떻게 하는 지 그 방법을 배웠고, 백성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도 알았습니다.
제가 선대 왕의 신임을 얻은 것은 바로 양치기 시절에 배운 소중한 지혜 덕분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나이가 들었고, 그래서 이 참에 벼슬자리에서 물러나 다시 양치기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알이 베이의 말에 대왕은 물론 그를 시기하던 신하들까지도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