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친구들끼리 '왠지 주는 것 없이 얄미운 녀석들'의 유형을 꼽은 적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공부도 잘하면서 집도 부자인 녀석’입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예전엔
대체적으로 조금 없는 집안에서 헝그리 정신으로 공부하는 우등생들이 많았습니다.
반대로 집안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어 각종 과외니 학원이니 시켜줘도 머리가 못 따라주는
부잣집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경제적 열등감이 그나마 해소되는 부분이었는데, 간혹 집도
부자면서 공부도 잘하는 녀석들이 있어 그런 열등감이 얄미운 감정으로 바뀐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공부도 잘 하는데 얼굴도 잘 생긴 녀석’입니다.
역시 대부분의 우등생들이 외모에서는 좀 떨어지는 애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간혹
생기기도 잘 생긴 녀석이 공부도 잘할 때 다들 열이 받는 겁니다. 그런데 거기까지는
그래도 별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돈이야 나중에 잘 되어서 벌면 그만이고, 얼굴이야
변하기도 하고 능력이 받쳐주면 그것 역시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위로를 한 겁니다.
그런데 마지막 다른 하나의 유형은 정말 얄밉습니다.
바로 ‘공부도 잘하면서 운동도 잘하는 녀석’입니다. 물론 공부도 잘하면서 싸움도
잘하는 녀석도 열이 받지만 그건 열이 받아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우리는 대상에서
뺐지요.^^
대개 운동선수나 운동에 재능이 있는 애들이 공부에는 취미가 없는 편이고, 공부 잘하는
애들은 운동에는 젬병인 경우가 많은데 이 둘을 모두 잘하는 겁니다. 매번 시험을 보면
전교 석차에 앞줄에 서면서 체육대회라도 할라치면 각종 종목에 걸쳐 주전으로 뛰는
녀석들은 정말 대책이 없더군요. 친한 친구 중에도 그런 애들이 몇몇 있었고, 전설적인
성적으로 날리던 선배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 때는 그게 참 신기했습니다.
운동장에서 놀 거 다 놀고도 맨날 공부만 하는 애들보다 나으니까요. 그렇다고 지능지수가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늘 성적도 좋고 운동도 잘하는 겁니다.
그래서 살펴보았지요. 직접 물어보기도 하고, 선생님의 얘기도 들어보고. 그 결과 운동
잘하는 거나 공부 잘하는 거나 중요한 건 다른 사람보다 무서운 집중력에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놀다가 들어와서 책상에 앉으면 누가 옆에서 집적거려도 웬만해선 꿈적도
안하고 집에서도 그런 답니다. 운동도 마찬가지로 한가지 집착을 하면 될 때까지 계속
물고 늘어진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부분에서 자기가 맘먹은 게 있으면 그것 밖에는
안보이고, 그걸 만족할 때까지 꼭 끝을 보는 습관이 있답니다.
거기에 또 하나 중요한 게 있습니다. '자기만의 공부 노하우'가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느 녀석의 노트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는 별의별 희한한 계획들이 다
적혀있더군요. 그것대로 항상 하고 있는 겁니다. 어린 나이에 어디서 그런 영악함이
나왔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영 거시기(다른 표현이 없어서) 합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녀석 중 하나는 각종 자격시험이나 채용시험을 마음만 먹으면 몇 달
공부하고 그냥 합격하는 그런 녀석입니다. 그 역시 별다른 능력보다는 집중과 자기만의
공부방식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공부는 누구나 열심히 해야 결과도 좋다고 하는
부분이지만 결과는 사람에 따라 참 다르게 나타나는 걸 현실에서 많이 봅니다.
죽어라 공부한답시고 매일 밤잠 못 자가면서 수많은 시간을 투입하고도 잘 안 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잠시 잠깐의 집중으로 원하는 성과를 얻으니 말입니다.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합니다.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 걸
알게도 하는 사례니 참으로 비교육적인 현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열심히'라는 말입니다. '열심히'라는 게
그저 양적인 면에서의 많은 투자뿐인가 하는 겁니다. 열심히 한다는 것에는 그만큼
몰입해서 한다는 의미도 있고, 또한 그것에 대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노력하는 것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에는
많은 시간을 책상에 앉아 책을 보는 의미 외에도 보다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노력도 열심히 해야한다는 걸 뜻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과거 대입학력고사 전국수석에 서울대 수석합격 등등 ‘수석’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 경력을 가진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의 공부비결이 매스컴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
'책(공부)을 가지고 놀아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자신만의 여러 가지 공부에 대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공감이 가는 얘기였습니다. 학교 때 선생님도 그렇게 얘길 했습니다.
놀 때 놀고 공부할 때는 공부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와 함께 공부도 놀이라
생각하고 놀듯이 하면 효과가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려면 공부를 가지고 노는 방법에
대한 나름의 개발이 있어야겠지요. 서점에 가서 보니까 '공부기술'이라는 책도 있더군요.
공부도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게 이제 많이 인식되었나봅니다.
저도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다들 놀 때 같이 놀고, 다들 공부할 때 조금 더 논 거
밖에 없는 게 나중에 대학에 갈 때나 사회에 나와서 많은 차이를 주더군요.
저는 놀듯이 공부하라는 걸 진짜 놀면서 한 게 잘못입니다.
이런 사례는 직장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직장인들의 이미지는 언제나 바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규칙적이라는 이미지도 떠오릅니다.
또한 정형화라는 이미지도 함께 느껴집니다. 이 중에 바쁘다는 얘기가 그겁니다. 항상 바쁜
일상을 보낸다는 직장인, 바쁘게 살다보니 어느덧 황혼이라며 회한을 내놓는 중년의 간부,
일밖에 모르고 살다보니 일년 열두달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고, 나이만 먹어간다는
이 땅의 많은 직장인들이 있습니다. 뭐 해놓은 것도 없이 바쁘기만 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그거 잘못된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바쁘게 지내면서
뭐 하나 뚜렷하게 한 게 없다니 말입니다. 우린 그냥 시간을 바쁘게 쓰고만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에너지를 일정에 맞추기도 어렵게
계획도 미처 세우지 못하고 소모시키면서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일이 양적으로 많은
것과 질적으로 성취도가 높은 것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같은 양을 투입하더라도
효율이라는 걸 따지는 게 나타났을 겁니다.
일을 열심히 오래 하는 것과 효과적으로 하는 것과 분명히 구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게 과연 일을 잘하는 건지 제대로 생각해 볼일입니다.
일도 공부와 마찬가지로 집중과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고, 그것이 결국 효율로 개인의
능력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경영자도 물론 생각의 전환을 해야하는 문제지만,
직장인 스스로 자신의 업무스타일과 효과를 재점검해 볼 일입니다. 경영자나 관리자의
입장에서 보면 똑같이 능력을 인정받아 입사를 한 사원 중에서도 얼마 가지 않아 구분이
되는 예가 많습니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는 사람이 분명히 있는 반면, 열을 알려줘도
하나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반드시 생겨납니다. 그런데 외형상 둘 다 보면 항상 바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성과면에서는 다릅니다. 이럴 때는 둘 중의 하나입니다.
일이 그 사람에게 맞지 않는 일이거나, 아예 일 자체에 부적합 한 경우입니다. 전자의 경우
다른 업무로의 배치를 고려할만한 일이지만, 후자는 아쉽지만 잘못 선발한 경우입니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즐거움이 배가되고 효과가 있으려면 놀이처럼 신나게 일을 하고,
또 놀 때는 일을 하는 것처럼 진짜 열심히 노는 사람이 제대로 성과를 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걸 거꾸로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할 때는 제대로 집중을 하지 않다가, 정작
놀 때는 일 얘기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것보다 더 한 사람들은 놀 때도 놀고, 일을 할 때도
그냥 노는 것 같은 사람들입니다.
매일 같이 바쁜 일정 속에 시간을 일에 모두 쓰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도 분명히 여러
부류가 존재합니다. 어쩌면 자신조차 모르게 원하지 않는 부류로 구분되어있을지 모릅니다.
왜냐면 열심히 살았다고 웬만한 사람들은 다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앞서 말했지만 양적인
면에서의 열심인지 질적인 면에서의 열심이었는지는 냉정한 판단을 해야하는 일입니다.
공부에도 기술이 있듯이 일하는 데에도 기술은 존재합니다. 그저 손에 익은 어떤 숙련됨이
아니라 성과와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자신만의 업무 노하우가 경쟁력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나 일을 오랫동안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공부도 잘하면서
운동도 잘해 늘 체력이 넘치는 학생처럼, 일은 일대로 성과를 내면서 자신은 자신대로
성장하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거 누가 모르냐고. 누군 몰라서 이러는 줄 아느냐고."할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일 잘하라고 닦달하는 경영자처럼 과거에도 공부 잘하라고 들볶던
부모님과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누구나 잘하려고 했지만, 한다고 했긴 했지만
결과는 제각각이지 않습니까. 나중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선택을 해야할 문제지요.
그래도 과거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사춘기 학창시절보다는 정보도 풍부하고, 돌아보는
눈도 커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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