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워지기

헛똑똑이의 함정만 피해도 인생은 살만한 것이다

position 2006. 12. 19. 17:10

헛똑똑이의 함정만 피해도 인생은 살만한 것이다

 

세상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아래위를 훑어보고, 대하는 경우마다 잘잘못을 따지고, 스치는 사람마다 됨됨이를 저울질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계산하다 계산이 맞으면 킬킬 웃고, 계산하다 계산이 틀리면 따져야만 하고, 계산하다 수지가 맞으면 깔깔 웃고, 계산하다 손해가 나면 팔팔 뛰고, 계산해도 그저 그러면 시무룩하다. 이른바 자신의 얄팍한 지식과 경륜을 믿고 남을 비판하기 좋아하는 '헛똑똑이' 타입형 인간들이다.

 

'헛똑똑이' 타입형 인간들이란 한마디로 말해 UCC로 상징되는 현 시대의 주인공이 바로 대중이라고 믿으며 자만에 빠진 철부지들을 말한다.(대중이란 '평균인'이다. 특정한 기준에 따라 선악의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동일시하면서 불편함보다는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 모두를 의미한다. 대중은 모든 차이, 즉 우수하거나, 개성이 있거나, 자질이 있거나, 선택되는 모든 것을 억누른다. 모든 사람과 같지 않은 사람이나, 모든 사람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따돌림을 당할 위험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똑똑하다고 굳게 믿기 때문에 매사 따지기를 좋아하고, 어떤 이유에서든 못 따지는 사람들을 바보로 취급한다. 인터넷에서 악성 댓글은 언제나 이들의 몫이다. 이들은 한시도 남을 의심하고 비교하는 것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늘 속이 타고 애가 타고 골치가 아픈 일생을 보내기 마련이다.(우리 시대의 특징은 평균인이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당차게 평범함에 관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그것을 어디서든 실현시키려는 데 있다.)

세상에서 가장 실패하기 쉽고 희생자로 전락하기 쉬운 유형도, 인생에서 대개 불안한 장년과 불행한 노후를 맞기 십상인 인간형도 대개 이런 타입의 인간들이다. 똑똑이, 학돌이와 고집이는 스스로를 과신하는 까닭에 사기꾼들이 탐욕을 자극하면 쉽게 넘어가기 마련이다. 반면에 못난이, 미련이, 뺀질이와 한심이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웬만한 유혹에도 잘 넘어가지 않는다.(솔깃한 투자제안이나 증권시장의 일시적인 호황에 홀려 어렵게 모은 돈을 쉽게 날리는 것도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믿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문제는 자기 자신을 ‘진짜 똑똑이'로 착각하는 바로 이런 '헛똑똑이'들이다. 지금은 분명 똑똑한 사람들(Smart People)의 시대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자신을 팔아 순식간에 투자자들의 30억 달러를 모아 드림웍스사를 설립한 것처럼, 그 자신들 자체가 사업의 전부가 될 수 있다.

사실 우리주변에서도 아이디어와 실력만 있으면 투자자들은 얼마든지 있다. 거꾸로 투자자들이 없다는 것은 아이디어와 실력이 모자란다는 유력한 증거다.

 

진짜 '똑똑이'는 누구일까? 인터넷 옥션을 창안하고, 다음 카페를 만들고 네이버 검색을 황금의 엘도라도로 바꾼 사람들이다. 축구에서 진짜 '똑똑이'는 박지성이고 설기현이다. 야구에서 진짜 '똑똑이'는 최희섭이고 박찬호다. 골프에서 진짜 '똑똑이'는 미셸위이고 박세리다. 그들은 자신의 몸이 사업의 전부였던 전형적인 예다.

 

진짜 '똑똑이'는 반짝 성공이 아니라 수성에도 성공한 실제 부자인 사람이다. 빨리 번 돈은 빨리 날아가기 마련이다. 일시적으로 성공하고 돈을 버는 사람은 많지만 끝까지 부자로 남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주식투자에서 반짝 성공은 아주 흔하지만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식투자로 돈을 버는 것은 땄을 때 그만두는 것 뿐이지만, 실제 투자를 해보면 가진 돈을 전부 털릴 때까지는 그만두기 어려운 것이 주식투자다. 엄밀하게 분석하면 우리나라에서 개인이 주식투자로 큰 부자가 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박현주가 성공한 것은 개인적인 투자의 성과때문이 아니라 남의 돈을 끌어 모으는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증권시장에는 직접 계좌를 트고 자신만은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아마추어 투자자들로 늘 북적거린다.

 

그러면 우리 주변에 진짜 '똑똑이'는 얼마나 될까? 사업에서 실패는 대다수고 성공은 극소수다. 사업에서 진짜 '똑똑이'는 KTB네트워크와 박현주 펀드의 오너 같은 사람들이다. 인터넷 사업에서 진짜 '똑똑이'는 다음, 네이버와 G마켓의 창업자들이다. 모든 사업에서 진짜 '똑똑이'는 자신의 기업을 코스닥에 상장까지 성공시킨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도 진짜 부자로 남을지는 더 지켜보아야 한다. 수없이 많은 별들이 명멸하는 사업의 세계에서 사업가는 아무리 규모가 크다고 해도 사업을 하고 있는 동안에만 부자처럼 보이는 사람들이다. 내가 보기에 진짜부자는 놀면서 수익이 창출되는 사람들이고, IMF가 다시 와도 크게 망할 요인이 없는 사람들이다.

 

'똑똑이'는 극소수고 '헛똑똑이'는 대다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사업에 뛰어 들었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한줌도 안 된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참가해도 마라톤에서 금메달은 언제나 하나고, 최초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사람은 언제나 한명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가 '똑똑이'에 관해 갖는 흔한 오해는 ‘명문학교 출신’ 혹은 ‘왕년에 전교 1등’ 같은 진실하고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한번 생각해보라. 전국에 5천 개가 넘는 중·고등학교에서 전교1등을 경험한 학생들만 꼽아도 아마 족히 2만 명은 넘을 것이다. 또 20세부터 70세까지의 전교1등 경험자를 모두 합하면 아마 100만 명도 넘을 것이다. 명문학교 출신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밖에 IQ가 높다거나 한때 공부를 잘 한적이 있거나 등 다양한 이유로 자신을 똑똑하다고 믿는 사람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사람들은 졸업장 혹은 IQ와 세속의 지혜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일이나 이해하지 못하는 일에는 관심을 갖지 않기 마련이다. 그러나 '네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애써 무시하는 사람들은 이와 거꾸로 행동하기 때문에 대부분 '헛똑똑이'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믿는 경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헛똑똑이'로 전락하기 쉽다.

 

'헛똑똑이'를 글에 비유하면, 한글로 적힌 글이면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 한번 읽고 100% 이해한 것처럼 쉽게 행동하는 사람들이다.(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앍으면 아마 미쳐버리겠지만…)  이들은 대개 자신의 얕은 지식을 과신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쉽게 판단하고 쉽게 행동한다. 물론 사기꾼이 노리는, 사기가 가장 잘 먹히는 표적도 대개 이런 사람들이다. 경제논리를 고집하여 강남에 조기 입성하지 못한 것도 대개 그들이며, 코스닥 시장을 개미들의 무덤으로 만든 것도 대부분 그들이다. 벤처 투기의 희생자들도 대개 그들이며, 돈을 빌려주고 떼이는 이들도 대개 이들이며, 문제가 많은 다단계 사업의 희생자들도 대부분 그들이다.

 

그렇다. 미련한 인물로 낙인 찍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이 인생에서 가장 실패하기 쉬운 인간형, ‘헛똑똑이’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무모한 시도로 실패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헛똑똑이'의 몫이다. 그리고 인생은 그런 실패만 피해도(성공은 고사하고) 살만한 것이다.   ---어느 갑부가